세상을

감염병 스트레스의 실마리, 이타성에서 찾다

감염병은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재난입니다.
자신이 감염원에 노출되었는지, 노출되었다면 감염이 된 것인지, 치료 후에도 감염원이 아직 몸 안에 남아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한 생각은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사업부
심민영 부장

게다가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되면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청년층은 학업과 취업 등 인생 계획의 좌절과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방역지침에 따라 친목 모임, 운동, 여행 같은 여가 활동이 제한되면서 심신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도 어려워졌습니다. 2021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 학회가 2021년 3월에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민 중 22%가 우울 위험군에 해당하였는데 이는 코로나19 유행 전보다 6배나 증가한 것입니다. 특히 16%는 자살에 대해 생각할 정도로 심각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내면에 가득 찬 불만족감은 화약고 같아서 아주 작은 불씨로도 폭발적으로 분출될 수 있습니다. 분노는 대개 사회적 약자를 향하는데 역사적으로도 소수 인종이나 빈곤층이 타깃이 되곤 했습니다. 14세기 흑사병이 전 유럽을 휩쓸자 유대인들에게 비난이 쏠리며 학살이 자행되었고, 19세기 미국 주류사회는 천연두 유행을 중국 이민자 탓으로 돌려 이들을 추방시키기도 하였습니다. 수백 년이 흘렀지만 코로나19 유행에 대한 사회적 반응은 놀랍도록 닮아있습니다. 국내에 첫 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중국 공포증, ‘시노포비아’가 전국을 들끓었고 이어서 대구, 신천지, 이태원, 성소수자 등 대상만 바꿀 뿐 특정 집단에 대한 낙인과 비난, 혐오가 이어졌습니다. 해외에서는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폭행과 총격 등 혐오 범죄가 끊이질 않으며 안전에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타인에게 낙인을 찍고 차별을 가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각한 대상과 자신을 구분함으로써 안전감을 갖고자 하는 지극히 일차원적인 본능적 시도입니다. 그러나 감염병 유행 앞에 그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2021년 6월 국내 코로나19 현황을 보면 14만 5천명이 코로나19 감염을 겪었으며, 코로나19 노출로 인한 자가 격리자는 210만명에 달합니다. 경기도 코로나19 위험인식조사를 보면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10명중 8명이 자신도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고 답하였습니다. 이와 동시에 66%의 응답자가 낙인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시작한 낙인과 차별은 부메랑이 되어 나와 가족을 향하는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잠재적인 위험으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것은 ‘나’와 ‘너’의 구분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라는 유대감과 이타성입니다. 보편적인 이타성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북돋우고 나를 세상과 연결시키는 핵심적인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타인을 응원하고 돕는 이타적인 활동은 자신의 효능감과 자존감도 향상시킵니다.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고단한 격리에서 벗어난 동료에게 그저 아래와 같은 말을 건네보세요. 따뜻한 공감과 위로, 응원은 개인의 회복을 촉진시키는 마중물이 되며, 이는 우리 사회의 심리적 안전망을 더욱 공고히 하는 실마리가 될 것입니다.

[출처] 코로나 확진자에게 도움이 되는 말, 도움이 되지 않는 말<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사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