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슬기로운 화내기 3분의 법칙과 속도의 지혜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이런 하소연을 하신다. “예전보다 화를 참기가 어렵습니다.” 심지어는 자기 자신을 분노조절장애가 아닌가 싶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다.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

화를 내는 것이 괴로운 일임은 당연하지만 더 고통스러운 것은 그렇게 나온 화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표출했던 거친 말과 행동을 주어 담을 수 없어 후회가 막심한 것이 더 큰 고통이다. 하지만 사람인데 어찌 화를 내고 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실제로 화는 정상적인 인간의 특징이다. 다만 그 화를 어떻게 표출하고 다스릴 수 있느냐에 있어서 성숙한 삶과 미성숙한 삶이 갈리는 것뿐이다. 그리고 화를 잘 다루는 방법은 의외로 작은 조치들로 가능하다. 심리학이 꽤 많은 연구들을 해 왔기 때문이다. 그 방법들 중 가장 대표적인 2가지를 알아보자. 심리학에서 화가 나는 것과 화를 내는 것은 상당히 다른 문제다.

3분의 법칙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정상적인 사람치고 화가 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일단 화가 머리끝까지 나게 되면 그걸 억누를 수 있는 사람도 거의 없으니 그것 역시 정상이다. 문제는 예전에 분노가 치밀어 올라 폭발했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실제로 그 이유는 별로 기억이 나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그 분노로 인해 내가 내뱉었던 거친 말과 행동이 나와 상대방에 오랜 시간동안 상처로 남아 있을 뿐이다. 심지어 평생 후회하기도 한다. 그러니 거꾸로 생각해 보면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 그 말과 행동을 내뱉기 전에 무언가 조치를 하는 것이다.

일단 현명하지 않은 방법부터 이야기해보자. 무작정 참아보는 것이다. 왜냐하면 버티다 더 결국 더 크게 터질 뿐이니 말이다. 따라서 화를 참는 것으로 다 해결하는 것은 득도한 사람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그러니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답은 앞에 이미 나와 있다. 화가 난 ‘그 자리’를 잠시 떠나는 것이다. 아니 좀 더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 도망쳐 떠나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의 결론은 한결같다. 화가 터지기 전에 그곳을 떠나 최소한 3분 이상 다른 곳에 가 홀로 있어보면 최소한 비극적인 결과는 막을 수 있다. 왜냐하면 그 3분이 넘어가면서 최소한 두 가지의 안전장치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첫째, 다른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사람들은 화가 다면 유난히 자기보다는 눈앞에 있는 상대방이나 그 화와 관련된 타인을 더 생각하게 된다. 즉, 내가 왜 화를 내고 있는가에 주목하지 않고 ‘누구’ 때문에 화를 내고 있는가에 몰입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화가 나면 내가 보이지 않고 다른 사람들만 보여 더 원망하고 힐난하게 된다는 점을 줄곧 강조해 왔다. 바로 이 점이 화와 우울 및 슬픔의 근본적 차이이기도 하다. 슬프거나 심지어 우울한 사람들은 자기 주위 사람들을 조금도 보지 않는다. 그저 자기만 보고 있으며 점점 더 추락해 있는 자기에게 함몰된다. 그러니 슬프고 우울한 사람들은 역으로 사람들 곁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화는 전혀 다르다. 상대방을 내 시선 앞에 놓지 않기 위해 잠시라도 나 스스로 그 사람으로부터 벗어나와 화를 내고 있는 자기에게 집중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이 방법으로 두 번째 안전장치가 마련된다. 그 자리를 떠나 다른 곳에서 홀로 3분 이상 지내면 자신의 ‘신체적이고 생리적인 흥분’이 가라앉기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그것만으로도 ‘정신적인 화’를 누그러뜨리고 통제할 수 있을 가능성은 급상승한다.

왜일까? 예를 하나 들어보자. 러닝머신에서 열심히 뛴 사람들은 심장박동수가 당연히 상승하게 된다. 그런데 이 상태의 사람들에게 찡그린 얼굴이나 비웃는 표정의 얼굴이 담긴 사진을 보여주면서 사진 속 인물을 평가해 달라고 하면 다른 일반적 상황에서 같은 일을 요구 받은 사람들에 비해 훨씬 더 부정적 평가를 한다. 흥분해 있기 때문에 부정적 자극은 더 부정적으로, 긍정적 자극은 더 긍정적으로 여기게 되는 것이 우리 신체와 두뇌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현재의 신체적 상태와 심리적 상태를 은연중에 연결하는 것은 여러 일상생활에서의 현상을 설명해 준다. 예를 들어, 술을 마시면 이성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매력적인 이성을 만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리고 술을 마시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 둘을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연결한다. 그래서 술 때문에 두근거리는 상태인데 동시에 이성을 보고 있으니 더 매력적인 것으로 뇌가 착각을 한다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요약을 한 번 해 보자. 화를 넘어 분노로 분노가 더해져 격노로 가게 되면 이제 두 다리를 사용해 무조건 뒤돌아 어딘가로 가야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최소한 3분 동안 홀로 있어보는 것만으로도 상대방보다는 화를 내고 있는 자신이 더 잘 보이고 신체적 흥분은 가라앉게 된다. 이런 상태로 일단 나를 가게만 만들어도 최소한 격노로 인해 오랫동안 후회할 말과 행동은 상당부분 막아낼 수 있다.


3느림의 미학을 이용하라

사회복지사 혹은 상담사 선생님들께서 가끔씩 토로하시는 고충 중에 이런 유형이 꽤 많다. 청소년들이나 어르신들 중 말이 너무 거칠어서 대화가 힘든 분들과의 마찰이다. 이로 인해 종종 스스로도 화를 참지 못해 거의 다투다시피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이후 이차적인 문제도 결국 일어나곤 한다. 그렇다면 먼저 화낸 상대방과 이후 자극받은 나 자신의 이차적인 화를 어떻게 해야 더 완화시킬 수 있을까? 이 심각하고도 중요한 질문에 필자는 꽤 자주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엉뚱한 대답을 드리곤 한다. ‘선생님부터 말을 천천히 해 보세요. 그럼 상대방 말도 대부분 같이 느려지고 그럼 양쪽이 화가 모두 줄어들 가능성이 커집니다.’ 다소 장난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이 대답을 고개 갸우뚱거리며 받은 선생님들 상당수께서 얼마 지나면 어김없이 감사 이메일이나 문자를 자주 보내주시곤 한다. 그리고 그 내용에는 대부분 ‘신기하게도 효과가 있었다’는 감탄이 포함돼 있다. 인간의 모든 거친 언행은 빠른 속도와 직결되어 발생한다는 아주 단순한 사실을 깨닫게 해 줘서 고맙다는 말씀과 함께. 실제로 인간의 거친 언행은 빠른 속도와 함께 병행돼 나타난다.

그래서 실험적으로도 대학생들에게 욕설을 천천히 해 보라고 하면 굉장히 어색해 하고 못하겠다고 이내 손사래를 친다. 왜 거친 말과 욕설은 천천히 하기 어려울까?
우리 인간의 뇌는 기본적으로 공격적이거나 폭력적인 언행을 빠른 속도와 결부해 작동시켜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냥이든 전투든 모두 스피드가 생명이다. 반면, 너그럽고 친화적인 언행은 상대적으로 훨씬 더 느린 속도로 표현돼 왔다. 그래서 역으로 말을 느리게 하면 거친 표현을 자연스럽게 줄일 수 있게 된다. 의외로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렇다면 내친 김에, 말과 행동을 천천히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매우 사소하면서도 강력한 힘을 지닌 메시지 하나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필자가 다양한 조직에서 강연이나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실제로 참석자들과 함께 해보는 간단한 실험이다. 참석자들에게 어떤 특정 인물에 관한 서류를 읽게 한다. 일반적으로 10분 정도면 한 번 정도 검토를 마칠 수 있는 분량의 서류다. 그런데 어떤 참석자들에게는 “시간이 20분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해준다. 다른 클래스의 참석자들에게는 “20분이라는 충분한 시간이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양쪽 모두에게 서류 속의 인물을 평가해달라고 부탁한다. 시간이 얼마 없다고 생각하는 전자그룹에 속한 사람들은 빠르게 서류를 넘기기 시작한다. 남는 시간에 한두 번 더 검토하는 모습을 보인다. 반면, 충분한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는 후자 쪽 참석자들은 서류를 천천히 넘겨가며 신중하게 본다. 대부분 20분을 한 번의 검토 시간으로 사용한다.

흥미로운 점은 후자에 비해 전자 쪽의 평가가 더 부정적이고 인색한 결과로 이어진다. 실제 이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도 양쪽의 결과를 모두 듣게 되면 매우 신기해하며 놀라워한다. 하지만 심리학적으로 결코 이상할 것이 없는 현상이다. 인간은 어떤 말과 행동을 할 때 그 속도를 남은 시간에 대한 관점에 기초해 조절하기 때문이다. 당연한 현상이다. 시간이 얼마 없다고 생각한 사람은 말과 행동이 빨라지고, 여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마찬가지로 말과 행동이 느려지고 여유로워진다. 자, 그러니 나든 타인이든 그 누군가가 크게 화를 내고 있다면 이렇게 한 번 느리게 말해보자. ‘자자, 시간은 충분합니다. 천천히 이야기를 해 봅시다’라고 말이다.

결론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지만, 화가 나는 것과 화를 내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화가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화를 표시해 공격적인 언행으로 연결하는 정도와 양상에는 사람들 간에 많은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어떤 사람은 화가 나도 그 화를 잘 다스리는 반면, 꽤 많은 사람들은 그렇지 못해 자신과 주위 사람 모두에게 상처가 되는 말과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으니 말이다. 우리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봐도 앞서 언급한 두 종류 사람들의 모습이 늘 혼재되어 있다. 큰 사고나 참사가 사실은 작은 부품의 결여나 무심코 넘어간 작은 균열로부터 출발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잠시 떨어져 보고, 3분을 홀로 있어보며, 느리게 말해보고, 시간이 충분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과 같은 작은 조치들을 통해 우리는 화로 인한 큰 불화나 낭패를 막을 수가 있다. 애초부터 화를 내지 않을 수 있는 수도자나 성인군자가 아니라면 이런 방법들이 훨씬 도움이 된다.

1) 우리가 우리 자신의 현재의 신체적 상태와 심리적 상태를 은연중에 연결하는 것은 여러 일상생활에서의 현상을 설명해 준다. 예를 들어, 술을 마시면 이성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매력적인 이성을 만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리고 술을 마시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 둘을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연결한다. 그래서 술 때문에 두근거리는 상태인데 동시에 이성을 보고 있으니 더 매력적인 것으로 뇌가 착각을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