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동료지원가 박상훈 선생님을 만나다

중독회복자로서 경상남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의
동료지원가로 활동 중인 박상훈 선생님을 만나보았다.

동료지원가 박  상  훈

중독 회복자로서 동료 지원가가 흔하지 않은데, 박상훈 선생님께서 동료지원가를 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동료지원가는 치료와 재활을 통해 회복과정을 경험한 정신장애인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도움이 필요한 다른 동료 정신장애인의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조력해 회복을 돕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정신장애인초점이 많이 맞춰져 있는 게 사실이다.
저 또한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팀장님의 추천으로 동료지원가 제도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고, 좋은 기회에 여기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중독회복자로서의 동료지원가로 근무 하고 있다.
만 9년 째 회복 중인 저의 경험을 토대로 중독으로 고통 받고 있는 분들이나 중독문제 극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을 위해 정서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싶고, 저 또한 동료지원가 역할수행을 통해서 자기이해와 성장의 기회가 된다고 생각하여 지원하게 되었다.

최근, 동료지원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박상훈 선생님께서 지금 활동 중인 동료지원가는 어떤 일을 하나?

대체로 동료지원는 동료상담, 프로그램 운영, 교육 강사 등의 활동들을 통해 당사자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음주갈망, 금단증상 및 사회복귀를 위한 대처방법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다.
경상남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 근무하고 있는 저는 도내 많은 중독자 및 일반도민대상으로 직접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 5개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에 출장을 나가 다양한 서비스들을 지원하고 있다.
중독고위험군들에 대한 중독예방강의, 회복경험담 나누기, 그 외 중독센터 내 프로그램의 보조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으며, 중독대상자들을 직접 만나 진행하는 가정방문 지원서비스, 그리고 일반도민을 대상으로 중독예방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활동을 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점이 있나?

동료지원가 활동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도 있었지만, 보람을 느꼈던 점도 많다.
먼저, 상담을 할 때 중독이 주는 어려움을 같이 겪었던 사람이기 때문에 ‘아 저 사람이 내가 어떤 상황이고,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알고 있구나’라고 생각될 때 동료지원가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

지역사회 내 중독센터에서 대상자 교육 및 방문상담, 캠페인 등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박상훈 선생님께서 이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있나?

저는 34살에 처음 술을 접하게 되었지만 술을 마시기 시작한 지 1년만에 중독자가 되었다. 이로 인해 술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은 너무나도 컸다.
술이 가족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고통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면서 많은 것을 잃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점차 중독의 무서움을 알게 되었다. 그때 느낀 것은 ‘잃는 것은 한 순간이지만 그것을 다시 복귀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단주를 시작하고부터 회복중이지만, 완전히 치유되지 못하고 있는 가족들을 보면서, 내가 경험했던 고통을 다른 사람들이 겪게 하고 싶지 않았고, 살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 나의 경험을 토대로 다른 중독자들이 하루라도 빨리 중독에서 벗어나 회복하여 본인과 그 가족들의 삶을 보다 의미 있고 보람차게 살 수 있도록 내가 회복의 여정을 함께 걷고 싶은 마음의 원동력이 아닌가 생각된다.

경험 전문가로서 활동을 하며 다양한 성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힘든 점이 있다고 했는데, 혹시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사례관리나 상담 시, 안타까운 마음에 저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어 상담 진행에 어려움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스스로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상담이라는 게 다양한 성격 및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상대방에게 다 맞춰서 해줄 수 없다는 점이 저에게 힘들게 다가온 적이 있다.
그리고 동료들을 만날 때 동등한 입장이라는 것을 가끔 잊고 경청보다는 조언을 더 많이 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지금은 겸손과 동료지원가의 본분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중이다.

사회에서 중독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부정적이며, 낙인감도 형성하기에 중독자가 살아가는 것은 힘든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사회가 중독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변화하면 좋을까?

중독이 되고, 주위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그냥 참으면 되지, 왜 마시냐”, “니가 의지가 부족해서 그런 것 아니냐”이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는 중독이 뇌의 질환이 아닌 개인의 의지의 문제라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중독은 절대적으로 뇌의 질환이며, 단순의 행위의 문제가 아니라 그 행동과 더불어 동반되는 심리적, 정신적인 다양한 요인들에 대해 수많은 치료가 필요한 병이다.
다시 말해, 단기적인 치료가 아닌 장기적으로 치료와 관리가 병행 되어야 하는 병이라 생각하며 혼자서는 할 수 없기 때문에 가족 및 사회의 많은 관심과 응원, 배려 그리고 기다림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한다.

중독지원가로서 박상훈 선생님의 역할은 선순환의 시작이며, 중독자에게 변화의 시작점이라고 생각된다. 앞으로 중독 회복자(동료 지원가)로서 이루고 싶은 점은 무엇인가?

경상남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동료지원가 1기로서 책임감을 느끼며 일을 하고 있다.
동료지원가 활동을 하면서 저의 회복 경험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다른 동료들에게 자신만의 회복여정을 걸어 갈 수 있도록 하는 작은 발판이 되어 그들이 더 이상 중독으로 고통을 받지 않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루고자 하는 첫 번째 목표이며, 두 번째는 앞으로 더 많은 중독회복자들이 동료지원가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좋은 롤모델이 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동료지원가 활동을 통해 저 또한 제 자신을 돌아보고 한층 더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힘을 키우고 싶은 바램이 크다.

혹시 뉴스레터 구독자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중독은 개인의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뇌의 질환이고, 중독문제 또한 꾸준한 치료와 상담을 통해 충분히 회복이 가능함을 알리고 싶다.
지금도 중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도 보다 저보다 발전된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의 동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전해주고 싶다.